[SBS 뉴스_김도연 소장] "애인이 내 머리털 모두 잘랐다…내가 남들 앞에서 잘 웃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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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4-11-18 12:47 조회 3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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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0대 중후반의 남녀 연인이 있었습니다. 여자는 상품을 파는 자영업을 하는데, 늦게 귀가한다는 이유로 남자와 다투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날도 여자가 늦게 귀가하자 남자는 발길질을 시작했습니다. "일찍 들어오라고 내가 몇 번이나 이야기했냐?. 내 말이 우습게 들리냐?"면서 손과 발로 마구 폭행했습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여자를 쓰러트린 뒤 목을 조르고는 뜨거운 다리미로 여자의 다리, 가슴, 얼굴 등을 지졌습니다. 여자가 고통과 공포에 비명을 계속 질렀는데도 남자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여자는 일단 이 폭력에서 벗어나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렇겠다고 싹싹 빌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화가 조금 풀려서는 여자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네가 뭘 잘못했는지 네 입으로 낱낱이 이야기하라"고 했습니다. 여자는 "내가 말 안 들은 것 잘못했고, 당신을 화나게 한 것도 잘못했고, 지금은 맞을 만해서 맞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위의 내용은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이 전한 교제 폭력 가운에 물리적 폭력의 실제 사례입니다.
김 소장은 지난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은 야구방망이나 골프채로 연인을 마구 때리고, 식칼을 집어 던지기도 한다"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잘 웃고 상냥하게 군다는 이유로 여친의 머리털을 모두 잘라버리는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물리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딱 한 번만이라도 빨리 헤어져야 한다"면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하늘에 맹세하더라도 그걸 반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김 소장은 "그런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심한 경우에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김 소장은 "한국에서는 아직도 교제 폭력 실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교제폭력특별법을 만들어 엄중히 처벌해야 교제 폭력이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대학 학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소장은 2014년 한국청소년자살예방협회를 창립해 정서적으로 힘든 청소년들을 도왔습니다.
2016년에는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를 만들어 교제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인 김도연 소장 (사진=연합뉴스)
다음은 김도연 소장 인터뷰 일문일답입니다.
Q. 교제 폭력 가운데 상대방의 사람 관계를 차단하는 것은 어떤 내용인가?
A. 누구를 만나는지, 누구와 친한지 점검합니다. 예를 들어 연인의 카톡을 보자고 하고는 보여주지 않으면 "왜 안돼? 나를 사랑하지 않아?"라고 합니다. 아니면 "나한테 뭘 숨기는 것이 있어?"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좀 더 심각한 현실 통제에 들어갑니다.
Q. 현실 통제란 무엇인가?
A. 절친마저도 만나지 말라고 합니다. 그 친구가 "네 남자 친구가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라고 조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장의 회식에도 가지 말라고 합니다. 부모님 생신 등 가족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합니다. 피해자의 어머니 생신날 일부러 데이트 약속을 해놓고 "가족 모임에 갈지, 나를 선택할지 양자택일을 하라"고 압박합니다.
Q. 가족과 멀어진 사례도 있나?
A. 어떤 여대생은 남자친구를 사귀었습니다. 남친의 압박으로 부모와의 사이가 멀어졌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모두 끊어졌습니다. 어느 날 부모는 실종신고를 했습니다. 딸에게 전혀 연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구들한테 수소문했지만, 딸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어느 날 딸의 친구한테 연락이 됐습니다. 딸은 남친과 하루 종일 지내는 것이 갑갑해지자 잠깐 얼굴을 보자며 친구를 만나러 왔던 것입니다. 그 친구가 부모한테 연락했고, 부모는 그 현장에 달려가 딸을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Q. 딸은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왔나?
A.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가 집에 찾아오기도 했고 여자는 남친한테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여자의 부모는 결국 남자의 부모를 만나서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 남자는 헤어지는 대가로 2천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그 부모는 돈을 주면 계속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그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Q. 물리적 폭력 단계는 어떤 내용인가?
A. 팔을 붙들고, 몸을 밀치고, 목을 조르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잡고서는 마구 때립니다. 골프채나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기도 합니다. 연인이 식칼을 집어 던져서 피하지 않았으면 죽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피해자도 있습니다. 집안의 벽 여기저기에 칼날이 꽂힌 흔적이 많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에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 상당수는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들었던 분들입니다. "내가 언제든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에 빠져 우리한테 찾아옵니다.
Q. 그런 물리적 폭력의 사례가 있다면?
A. 20대 연인이 있었습니다. 남자가 여자의 생활을 통제했습니다. 여자는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니 남친의 그런 통제가 힘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헤어지자고 했더니 남자는 안된다면서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던지고, 뺨을 때리고, 목을 졸랐습니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여자는 일단 "알았다"면서 남자를 달래고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Q. 그 사람의 폭행은 거기서 멈췄나?
A. 여자의 어머니가 딸의 몰골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캐물어 사정을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는 그 남자친구한테 가서 "우리 딸을 그만 만나라"라고 부탁했습니다. 잘 타이르면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그건 오판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곧바로 여자의 집에 쳐들어갔습니다. 아파트 1층 집이었는데, 난간을 뚫고 들어갔습니다. 그 남자친구와 아버지 간의 멱살잡이가 벌어졌습니다.
Q. 결국 이별을 했나?
A. 힘들게 이별하긴 했지만, 그 여성은 1년간 힘들었습니다. 멱살을 잡혔던 아버지도 "너는 왜 그런 사람을 만났느냐"면서 역정을 냈습니다. 여자는 SNS를 통해 남자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잘 지내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걸 보니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 남자는 사회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었습니다.
Q. 다른 사례도 있나?
A. 30대 연인이 있었습니다. 여자는 자영업을 했는데, 성격이 밝고 싹싹해서 손님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남자는 그게 불만이었습니다. "너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한테 웃음을 파느냐"면서 그 일을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여자는 그 일이 생업이고 그걸 전공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툼이 지속되자 여자는 헤어지기로 결심했고 그 뜻을 전했습니다. 화가 난 남자는 가위로 여자의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성폭행했습니다.
Q. 성폭행을 왜 하나?
A. 상대방을 제압해서 수치감과 굴욕감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성적으로 착취하면서 자기가 상대보다는 우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의도입니다.
Q. 교제 폭력의 최고 수위는 살인인데, 어떤 경우에 살인을 하나?
A.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대방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죽이는 일도 종종 일어납니다.
Q. 사랑하는 사람한테 왜 그런 짓을 하나?
A.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고 소유욕입니다.
Q. 시민단체 '여성의전화'는 사흘에 한 번씩 교제 살인이 일어난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A. 교제 관련 범죄 현황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교제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교제 살인은 '여성의전화'가 집계한 것보다는 훨씬 많을 것입니다.
Q. 교제 살인은 칼로 수십 번 찌르고 맹독물질인 불산(불화수소산)을 얼굴에 뿌리기도 한다는데?
A. 교제 살인은 굉장히 잔인합니다. 발이나 손으로 때려서 장 파열 등으로 숨지게 하기도 하고, 칼로 여러 번 찌르기도 합니다. "내 소유였던 사람이 감히 나를 버리다니. 네 인생을 모두 망쳐놓겠다"면서 증오에 불타오릅니다.
Q. 살인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면?
A. 20대 초반의 남녀가 있었습니다. 여자가 헤어지자고 했더니 남자가 싫다고 했습니다. 여자는 분명히 이별 통보를 했으니 이제는 나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여자는 초등학교 남자 동창생을 만나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술 마시는 장면을 찍어서 SNS에 올렸습니다. 여자와 남자 동창은 단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이를 본 남자는 바로 현장에 달려갔습니다. 여자를 폭행했고, 이를 말리는 그 동창도 때렸습니다. 그러고는 준비해간 칼로 여자를 찔렀고 그 동창도 찔렀습니다. 여자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렀지만 다행히 사망하지는 않았습니다.
Q.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헤어져야 합니다. 딱 한 번의 물리적 폭력이 발생했다고 해도 이별해야 합니다. 그 사람의 행동은 고쳐지지 않고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폭력은 유전적인 측면이 있고, 성격적인 부분도 있어서 쉽게 개선되지 않습니다. 그런 폭력을 일회성으로 간주하고 가볍게 보면 폭력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상대방을 용서하고 내가 그 성격을 고쳐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폭력의 허용치가 커질수록 수위는 잔혹해집니다.
Q. 폭력의 허용치란 무엇인가?
A. 가해자의 폭력적 행위를 받아들이는 피해자의 수용 수준을 말합니다. 성장기에 가정폭력을 경험했거나 그런 폭력을 자주 목격한 사람은 폭력에 대한 허용치가 높습니다. 폭력에 대해 둔감해지는 것입니다.
Q. 헤어진 이후에도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심각할 듯한데?
A. 트라우마가 10년간 지속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과 같이 있었던 때의 장소, 소리, 냄새 등 모든 것이 공포를 일으킵니다. 이를 '외상의 일반화'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려 하지 않습니다. 대인관계가 두렵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직장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절망과 무기력증에 빠집니다.
Q.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일도 많을 듯한데?
A. 더 이상 삶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을 겪은 것 자체가 수치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잘못한 선택을 했다는 자책감도 갖습니다. 피해자가 전문가를 만나서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Q. 물리적 폭력을 심하게 당할 때까지 헤어지지 못한 것은 본인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A. 피해자가 물리적 폭력을 당한 사실을 이야기하면 가족마저도 "진작 헤어졌어야지,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 왜 만나고 다녔냐?"면서 비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우려와 걱정 속에서 하는 말이지만 피해자에게는 큰 고통이 됩니다. 이런 2차 가해는 두 사람이 사랑으로 시작한 관계라는 것을 간과한 것입니다. 그 애정이라는 변수 때문에 쉽게 헤어지지 못합니다.
Q. 우리 사회에서 교제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A. 교제 폭력 특별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토킹 처벌법, 가정폭력 처벌법은 있지만 교제 폭력은 그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법안이 국회에 여러 차례 올라갔지만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교제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수조사를 통해 교제 폭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출처 :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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