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스마트워치 긴급호출 두 차례 경찰, 신고 지점 잘못 파악 골든타임 놓쳐
위치 추적 3700대 운영… 정확도 떨어져 호출하면 특정 지점 찍혀… 최대 2㎞ 오차
“조기 경보 AI CCTV로 시스템 보완 필요 가해자 지속적 모니터링·치료교육 해야”
경찰청장 “흉기난동 사건 부실 대응 사과”
▲ 헤어진 여자친구 찾아가 살해한 용의자 검거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가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B(35)씨가 도주 하루 만인 지난 20일 대구 소재 숙박업소에서 검거돼 서울 중부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A씨는 경찰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의 잠정 조치 명령을 받은 상태였으나 지난 19일 서울 중구 저동 오피스텔에 사는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뉴스1
“스마트워치는 언제든 내가 위험한 순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안전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죠.”(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지난 19일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신변보호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속한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스마트워치는 잔혹한 범행을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피해자의 최후 보루인 스마트워치의 정확도를 높이고 가해자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30대 여성 A씨가 19일 서울 중구 저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연인에게 살해당했다. 사고 당시 피해자는 경찰에게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나 긴급 호출했으나 경찰은 신고 지점을 잘못 파악해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A씨의 두 차례 호출 과정에서 경찰이 스마트워치를 통해 파악한 신고 위치는 모두 A씨의 집이 있는 저동이 아니라 명동이었다.
경찰은 첫 번째 호출 당시 명동을 담당하는 남대문경찰서에 출동 지령을 내렸다. 명동에 A씨가 없자 남대문서가 2차 호출 이후 다시 중부서에 공조 요청을 하면서 대응이 늦어졌다. 이는 A씨의 위치값이 기지국을 통해서만 추출되고 와이파이 및 위성(GPS) 위치값은 활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현재 스토킹·가정폭력 등의 피해자의 신변보호를 위해 위치 추적과 실시간 통화가 가능한 스마트워치 3700대를 운영하고 있다. 현행 위치 추적 시스템은 신고자가 호출하면 1차로 기지국을 활용하고 2차로 5초마다 와이파이·GPS를 통해 보완하도록 하고 있다.
두 방식 모두 위치값으로 반경이 아닌 특정 지점이 찍히지만 최대 2㎞가량 오차가 생기고 핸드폰 기종 등에 따라 2차 보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연수 동국대 보안융합학과 교수 등의 ‘경찰관과 피해자의 범죄피해자 신변보호 서비스에 대한 인식 차이’ 논문(2020년)에서 피해자가 가장 선호하는 신변보호 서비스는 스마트워치로 조사됐다. 하지만 위치 추적 시스템이 한계를 보이면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김 소장은 “가해자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치료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찰이 고성능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를 피해자의 집 근처에 설치해 피해자가 인지하기 전에 가해자가 접근하면 경보를 울리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창룡 경찰청장은 인천 남동구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에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은 인천 논현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현장 출동 경찰관 2명에 대해서는 감찰조사에 착수했다. 김 청장은 신변보호 여성 피살 사건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22일 각 시도경찰청장을 불러 화상 회의를 연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박상연 기자 sparky@seoul.co.kr]
[출처] - 서울신문 (https://www.seoul.co.kr)
[기사 원문]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1122008004&cp=seoul